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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불도저에 탄 소녀, 분노가 폭발한다

by 보리미유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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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에 탄 소녀

곧 스무 살인 소녀가 불도저에 탄 사연

폭행 혐의로 기소되어 판사 앞에 서게 된 열아홉 살의 혜영은 폭력 교정과 직업 수강의 행정명령을 받게 됩니다. 억울한 사연이 많은지 혜영은 항상 울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왼쪽 팔에 새긴 용 문신은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협박용으로 보입니다. 도박으로 속 썩이던 아빠 본진과 일찍 철이 든 어린 남동생 혜적과 함께 살고 있는 혜영. 그들의 보금자리는 본진이 운영하는 중국집입니다. 어느 날 본진은 돈을 들고 찾아온 혜영의 이모부와 입씨름을 하다가 팔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혜영은 진료비를 수납하려고 하지만, 의료보험비가 연체되어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게 됩니다. 카드는 정지되고 본진이 또 경마장에 다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혜영은 또 화가 치밉니다. 본진은 자신이 가입한 보험들을 나열하며, 혜영에게 밀린 보험비를 지급하고 보험료를 청구하라고 합니다. 본진을 떠나 혜적과 따로 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혜영은 속이 타지만 본진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다음날 새벽, 정장을 차려입고 주방에서 칼을 챙긴 본진은 어디론가 향합니다. 직업 수강 행정명령을 받은 혜영은 중장비 자격증을 준비하지만, 여자 수강생을 처음 본 강사는 혜영에게 다른 수업을 권합니다. 그러나 혜영은 할수 있다는 말로 일갈하며 강사의 조언을 무시합니다. 곧이어 혜영에게 폭행 혐의로 신고된 본진의 행방을 묻는 경찰의 전화를 받습니다. 본진과 만나면 연락 달라는 경찰에게 당신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습니다. 혜영은 힘든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본진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동생에게 밥을 차려주던 중 집 앞에 경찰차 한 대가 도착합니다.

 

혜영은 교통사고를 내고 병상에 누워있는 본진을 보게 됩니다. 본진은 과음 상태로 운전하다가 길가던 행인 두 명을 치고, 피해자측 보험사 직원은 혜영에게 합의금을 요구합니다. 본진이 의식이 없자 본진의 채권자들은 혜영을 괴롭히고, 집은 땅 주인인 최 회장의 조카들에게 인수될 상황에 처합니다. 본진은 한국 중장비의 회장인 최 회장에게 땅을 빌려 건물을 올리고 중국집 가게를 운영 중이었습니다. 최근 증축까지 한 상태라 본진은 그것을 받아들일 리 없었습니다. 혜영은 찾아온 최 회장의 조카들을 중식 칼로 위협하며 내쫓고 병원에 있는 본진을 찾아가지만, 상태가 악화된 본진은 수술 중이었습니다. 혜영은 본진의 핸드폰으로 아빠의 최근 행적들을 찾아보고, 사고 지점에 가보게 됩니다. 사람이 진입할 수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을 확인한 혜영. 그렇다면 오히려 피해자는 본진이 아닐까? 피해자 가족을 찾아 사건의 전말을 들으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혜영은 본진의 휴대폰에서 녹음 파일을 찾게 됩니다. 장사가 잘 되는 본진의 가게를 권리금 없이 조카에게 넘겨주기 위해 본진을 쫓아내려고 한 최 회장의 악행이 담긴 녹음파일이었습니다. 혜영은 국회의원 후보로 선거 운동에 한창인 최 회장을 찾아가 따지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묵살되고 녹음파일이 담긴 핸드폰마저 망가집니다. 혜영은 선거 연설 중인 최 회장에게 뺨을 때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이사비용으로 받은 최 회장의 돈을 가지고 최 회장의 자택으로 침입해 방화를 저지르려는 무리수를 두지만 그것 또한 실패합니다. 궁지에 내몰린 혜영은 뇌사상태에 빠진 본진을 떠나보내고 결국 불도저에 타게 됩니다.

 

 

불도저를 탄 소녀 후기

부당한 일을 겪은 혜영은 아직 스무살이 되지 않은 힘없는 소녀이지만 악으로 버티는 인물입니다. 자꾸 그녀를 건드리는 세상에 시원한 복수를 할 것 같은 영화 포스터였지만, 관람객들은 그녀의 실패만 보게 됩니다. 혜영이 지치는만큼 관람객들도 함께 지쳐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혜영이 불도저에 오르지만 그 마저도 통쾌한 복수는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힘없는 자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만 하는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 감독 박이웅은 농민들이 농기구를 이용해 투쟁한 것에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느다란 소녀가 불도저를 타고 외친 절박한 호소를 통해, 소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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